| | | ▲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교육부 공개 자료 캡쳐) |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1700년 역사를 가진 한국 불교의 비중은 크게 늘지 않았다.
수년 전부터,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스님)는 교과서 속 불교 서술 개선을 위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소는 참고자료를 만들어 교과서 집필진에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번 교과서는 집필진으로 참여할만한 대학교수들이 대부분 집필 거부 의사를 밝혔다. 28일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깜깜이 집필진들에 이번 교과서가 쓰여지면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던 것으로 보인다.
승려라 적고는 어쩌다 '스님'
조선시대까지를 기술한 208페이지 분량 중학교 역사 1권에 '불교'는 33번 나온다. 근대와 현대를 기술한 186페이지 분량 중학교 역사 2권에서 '불교'는 단 4번 나온다. 모두 318 페이지 분량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불교'는 단 25번 나온다.
"불교가 성행하자 승려들의 역할이 커졌다. 그들은 중국 문화를 수입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였고, 때로는 정치적인 조언을 하기도 하였다. 세속 5계를 만들어 화랑을 가르친 신라의 원광이 대표적인 예이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에서
교과서들은 스님을 대부분 '승려'라고 표기했다. 호칭을 통일하지 못하고 간혹 '스님'도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교과서의 완성도가 의심됐다.
중학교 역사교과서 1권에서 '승려'는 7번 찾을 수 있었다. 스님은 2번 보인다. 역사교과서 2권에는 승려, 스님을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속에서 승려는 12번 등장한다. 스님은 단 한번, 예언사상을 소개하면서 등장한다.
한국불교를 빛낸 원효, 의상, 설총, 의천 등에 대한 설명은 빠지지 않았다. 조선시대 부분에서 휴정(서산 대사), 유정(사명 대사)라고 표기해 각각 '대사'라고 호칭까지 붙인 반면, 나머지 스님은 대부분 법명만 적었다.
독립운동가 용성 스님도 없어
원효 스님은 교과서 끝에 수록된 '찾아보기'에서 찾을 수 없었다.
만해 스님은 속명 한용운으로 서술됐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는 종교인이 아닌 문학ㆍ예술인으로 한용운을 분류했다. 독립운동을 했던 용성 스님은 교과서에 없었다.
불교 관련 서술은 미륵사지석탑, 석굴암, 마애불 등 문화재 소개에 편중돼 있었다. 삼국시대를 비롯해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 불교 관련 서술은 인색했다. 돈오점수, 돈오돈수 등 불교 이해에 필요한 논쟁도 누락됐다.
개신교, 교과서 발표 당일 의견 내놔
국정교과서 발표 당일, 개신교계는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개신교의 전래와 발전 과정에 대한 내용이 여전히 빠져 있었다. 개신교가 근대화에 기여한 부분은 다소 늘어났다"는 의견을 <국민일보>를 통해 내놓았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공개하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대한민국 교과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를 통해 학계에서 인정받는 권위자로 집필진을 구성해 교과서를 집필했다. 다양한 역사 연구 기관과 국립국어원 검토를 통해 교과서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일반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교육부의 입장은 뭇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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